프레이머와 허브스팟의 차이 — 노코드 웹빌더와 CRM은 무엇이 다른가
웹사이트를 만들 도구를 알아보다 보면 어느 순간 두 이름을 나란히 마주치게 됩니다. 프레이머(Framer)와 허브스팟(HubSpot)입니다. 둘 다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따라붙다 보니, 비슷한 서비스를 두고 어느 쪽이 나은지 고르는 문제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둘은 애초에 같은 자리에 놓고 비교할 물건이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한쪽은 가게 간판을 만들어 주는 곳이고, 다른 한쪽은 가게에 찾아온 손님 명단을 관리해 주는 곳에 가깝습니다.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본래 하려는 일이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두 서비스가 각각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지를 차분히 정리해 보려 합니다.
프레이머란 무엇인가
프레이머는 한마디로 노코드 웹빌더입니다. '노코드(no-code)'란 코드를 직접 쓰지 않고도 결과물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화면 위에 글자와 이미지, 버튼을 끌어다 놓으며 디자인하듯 사이트를 완성합니다. 이렇게 빈 화면을 펼쳐 놓고 자유롭게 배치하는 작업 공간을 흔히 '캔버스'라고 부릅니다.
프레이머의 가장 큰 강점은 디자인입니다. 본래 디자인 도구에서 출발한 만큼, 정교한 레이아웃과 움직임을 코드 없이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제품 소개 페이지, 가게 홈페이지처럼 '보기 좋게 잘 만든 한 채의 사이트'가 필요할 때 잘 맞습니다.
노코드라는 말의 진짜 의미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노코드는 '코드를 안 써도 된다'는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코드를 가져갈 수는 없다'는 제약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프레이머에서 캔버스를 편집하는 일은 자유롭지만, 완성된 사이트의 소스코드를 통째로 내려받아 내 것으로 소유하는 것(소스코드 export)은 기본적으로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렌탈 스튜디오에 빗대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잘 갖춰진 스튜디오를 빌려 멋진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스튜디오 건물 자체를 떼어 집으로 가져올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결과물은 훌륭하되, 그 결과물이 사는 '집'은 프레이머 안에 있습니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도구의 성격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한편 프레이머도 인공지능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습니다. 외부 도구가 프레이머를 다룰 수 있도록 API를 열어 두었고, AI를 통한 제작을 돕는 연결 방식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다만 이런 AI 연동(MCP)은 대체로 비공식이거나 제3자가 만든 형태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MCP는 AI가 외부 도구를 직접 다룰 수 있게 이어 주는 연결 규격을 가리킵니다.
허브스팟이란 무엇인가
허브스팟은 이름만 들으면 또 다른 사이트 제작 도구처럼 느껴지지만, 본질은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허브스팟의 정체는 CRM이자 마케팅 플랫폼입니다. CRM은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즉 고객 관계 관리를 뜻합니다. 사이트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고객을 관리하는 도구라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허브스팟은 이런 일을 합니다. 어떤 손님이 언제 문의를 남겼는지 기록하고, 그 손님과 주고받은 연락을 한자리에 모으고, 영업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단계를 추적합니다. 정해진 조건에 맞춰 이메일을 자동으로 보내는 마케팅 자동화도 이 안에서 이뤄집니다. 앞서 든 비유로 돌아가면, 바로 '손님 명단을 관리하는 곳'입니다.
웹 제작은 곁다리, 그런데 방식은 정반대
그렇다면 허브스팟으로 사이트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 허브스팟에는 콘텐츠 허브(Content Hub)라는 기능이 있어,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만드는 일도 거들어 줍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객 관리라는 본업에 딸린 곁다리에 가깝습니다. 사이트 제작 그 자체를 위해 태어난 프레이머와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흥미로운 반전은 그 제작 방식에 있습니다. 노코드를 앞세운 프레이머와 달리, 허브스팟의 웹 제작은 오히려 코드를 다루는 개발자 친화적인 쪽에 가깝습니다. 허브스팟은 자체 템플릿 언어인 HubL을 두고 있고, 명령어로 작업을 처리하는 도구(CLI)와 코드 이력을 관리하는 Git 연동을 지원합니다. 여기서 CLI는 화면의 버튼 대신 글자 명령으로 컴퓨터에 일을 시키는 방식을, Git은 코드가 바뀐 내력을 차곡차곡 기록·보관하는 도구를 뜻합니다.
인공지능 연동에서도 둘의 결은 다릅니다. 허브스팟은 AI가 자사 도구를 다룰 수 있는 공식 MCP를 직접 제공합니다. 비공식·제3자 중심인 프레이머 쪽과 견주면, 한쪽은 '문을 열어 두었다'에 가깝고 다른 한쪽은 '직접 안내 창구를 두었다'에 가깝습니다.
본질을 나란히 놓고 보면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 표로 정리하면 차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 항목 | 프레이머 | 허브스팟 |
|---|---|---|
| 정체 | 노코드 웹빌더 | CRM·마케팅 플랫폼 |
| 비유 | 간판 만드는 곳 | 손님 명단 관리하는 곳 |
| 같은 부류 | Webflow, Wix | Salesforce, Zoho |
| 주목적 | 사이트 제작·디자인 | 고객 관리·마케팅 자동화 |
| 개발 방식 | 노코드(캔버스 편집) | 코드 기반(HubL·CLI·Git) |
| AI 연동(MCP) | 비공식·제3자 | 공식 제공 |
표의 '같은 부류'를 보면 두 도구의 자리가 분명해집니다. 프레이머의 진짜 경쟁 상대는 웹플로우(Webflow)나 윅스(Wix) 같은 사이트 제작 도구이고, 허브스팟의 경쟁 상대는 세일즈포스(Salesforce)나 조호(Zoho) 같은 고객 관리 도구입니다. 서로를 겨누고 있지 않습니다.
요금 체계도 사상이 다릅니다
가격을 매기는 방식에서도 두 서비스의 성격 차이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프레이머는 '사이트 한 채'를 기준으로 요금을 매깁니다. 만들고자 하는 사이트마다 요금제를 고르는 구조이고, 무료에서 시작해 베이직, 프로, 스케일처럼 사이트의 규모와 기능에 따라 단계가 올라갑니다.
반면 허브스팟은 '사람(시트)'과 '플랫폼' 단위로 요금을 매깁니다. 도구를 함께 쓰는 사용자 수, 그리고 어디까지 기능을 열어 쓸지에 따라 비용이 달라집니다. 무료에서 시작해 스타터, 프로페셔널처럼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한쪽은 '집을 몇 채 짓느냐'로, 다른 한쪽은 '몇 명이 어디까지 쓰느냐'로 값을 매기는 셈입니다.
| 항목 | 프레이머 | 허브스팟 |
|---|---|---|
| 과금 기준 | 사이트 단위 | 시트·플랫폼 단위 |
| 요금 단계(예) | 무료 / 베이직 / 프로 / 스케일 | 무료 / 스타터 / 프로페셔널 |
구체적인 금액은 일부러 적지 않았습니다. 요금은 연간결제냐 월간결제냐에 따라 달라지고, 발표 시점과 환율에 따라서도 바뀝니다. 위 단계는 큰 틀을 잡기 위한 예시일 뿐이니, 실제 가격은 각 서비스의 공식 안내를 그때그때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경쟁 상대가 아니라, 역할이 다른 도구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면 처음의 혼란이 조금 풀립니다. 프레이머와 허브스팟은 어느 쪽이 더 나은지를 가리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애초에 맡은 역할이 다른 도구입니다. 보기 좋은 사이트를 손수 디자인해 세우고 싶다면 프레이머의 자리이고, 찾아온 손님을 기록하고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면 허브스팟의 자리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둘을 굳이 양자택일하지 않고 함께 쓰기도 합니다. 프레이머로 만든 사이트가 손님을 불러오고, 그렇게 들어온 손님을 허브스팟이 받아 관리하는 식입니다. 도구를 고를 때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어느 게 더 좋은가"가 아니라 "나는 지금 무엇을 하려는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이 비슷해 헷갈렸을 뿐, 두 도구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 IT 외주 시장 적응기
SaaS를 뒤로하고 다시 이직·외주 시장의 문을 두드린 2주차의 기록. AI 시대, 전문성의 깊이(이직)와 넓이(외주) 사이에서 1인 개발자가 무엇을 먼저 갖춰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정리했습니다.
6년간의 웹빌더 회사 경험: 개발 여정을 돌아보며 얻은 실질적인 배움
6년간 웹빌더 회사에서 다양한 웹 시스템 유지보수 및 고도화를 경험하며 사용자 경험과 안정성을 중시한 개발 여정을 소개합니다. 개인 프로젝트로 AI 웹 서비스를 구축하며 얻은 실질적인 배움도 공유합니다.
같은 Chromium 엔진, 다른 자동화 — Playwright / MCP / 브라우저 확장 해부
헤드리스 Playwright, Playwright MCP, Claude-in-Chrome 확장이 모두 같은 Chromium 엔진을 쓰는데 왜 쓰임새가 다른지, 레이어와 쿠키 수명 주기 관점에서 정리했습니다.